언론보도/인터뷰
관리자
  • 기사원문: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 글: 통통톡 하효열 운영위원장

연애를 시작한 지 6개월 지난 사람들의 뇌를 촬영해 보았더니 알콜중독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패턴이 나왔다고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연애는 그런 것이다. 채워지지 않은 갈망을 누군가가 채워줄 것이란 환상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드라마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해진다. 실생활에서 절대 볼 수 없지만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늘 차갑다.

하늘을 나는 조종사가 되기만 하면 멋지고 행복한 삶에 성큼 다가갈 것이란 나의 희망은 비행훈련원에 입소하던 날 바로 깨졌다. 입소 동기들을 모은 관리자의 첫 질문이 ‘군대에서 장교로 복무한 사람 손들어’였다. 동기 대표를 뽑는 자리였는데, 반장이 왜 장교 출신이어야 하는지 물을 틈도 없었다. 그는 군대 경험이 몸에 밴 사람이었고, 정식 조종사도 아니고 이제 훈련소에 입소한 신병에 불과했던 우리는 입도 뻥끗할 수 없었다. 언제 퇴소당할지 모를 훈련생을 탈출해 정규직 조종사가 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고 나는 우여곡절 끝에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었다. 조종사로 안전하게 비행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꾸리고 싶다는 내 진짜 소망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생긴 것이다.

심리치료는 환상과의 화해이다. 환상은 연애를 시작하게 만들기에 현실적인 사랑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준다. 다만 환상이 깨지기 시작할 때가 문제이다. 냉정하게 다가오는 현실을 건강하게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관계가 끝나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불안이 착취를 낳고 착취가 더 큰 불안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지켜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친구의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이나 가족의 현실적인 사랑이 필요하다. 환상이 깨져도 별일 없을 거고 오히려 환상이 깨져야 진짜를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줄 동료가 필요하다. 상담자는 그 역할을 하는 잘 할 수 있도록 훈련받은 전문가들이다. 환상이 깨어지며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고 또 다른 일상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에게 상담자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일상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제도적인 착취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해준다. 불안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노동자가 진짜 현실을 만날 가능성이 높고, 환상이 안전하게 깨어지고 진짜 현실을 만나야만 자신의 진짜 삶과 만날 수 있다. 그래야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현실을 살아가는 자신을 신뢰할 수 있다.

사회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에서 일하는 상담자들은 제도적인 착취와 불평등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사람들이다. 착취와 불평등이 만연하여 무심코 지나치거나, 너무 힘들어서 도망쳤던 문제들이 사람의 마음에 어떻게 상처를 주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상담자들이다. 상처받은 마음에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다친 분들의 편에 서서 세상을 바꾸려 노력하는 활동가들이다.

연애가 끝나고 사랑이 시작되는 시점은 언제일까? 갈망이 아닌 상대에 대한 존중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환상이 아닌 현실이 드러나는 시점이다. 그때 쯤이면 진짜 현실을 만날 기회를 제공해주는 환상을 우리는 꿈이라 부를 수 있고, 꿈은 불행을 통해 행복으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준다.

이제 동료들을 믿고 열심히 꿈을 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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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기사원문: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 글: 통통톡 김경선 상담팀장 

통통톡에서는 노동활동가, 인권 활동가들 마음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몸 건강을 위해 1년에 한 번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듯 마음 건강도 예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도 잘 들여다보지 않는 마음에는 알게 모르게 남겨진 외상이 있을 수 있고, 자신도 모르던 마음을 발견할 수도 있다. 때로는 계절과 계절 사이, 환절기처럼 삶에서 환절기를 맞이하는데 그럴 때면 통제할 수 없는 마음을 만난다. 막막하고 쓸쓸한 마음. 공허하고 외로운 마음.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을 만난다.

마음 건강검진 왜 해야 할까요?
마음 건강검진 이후 자신이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이 많다는 것을 알기도 하고, 희망없이 의무감, 책임감으로 일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심해 몸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있지만, 자각하지 못하고 지친 상태로 마음 건강검진을 받기도 한다. 연차가 쌓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은 점점 무뎌진다. 무뎌지고 경직된 마음은 혼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고 소리치는데 듣지 않는다. 술로 힘든 일들을 견뎌내려 하거나 누군가에게 화살처럼 날아가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사회적 관계뿐 아니라 가족관계에도 그 영향은 크다.

활동하면서 개인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다.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 속에서 마음을 돌볼 겨를이 없다. 그러다 불쑥 소진되거나 감당되지 않는 스트레스로 폭발한다. 자기 마음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자기를 잃게 된다. 그렇게 무감각해진 마음은 자신과 연결을 끊고 기계적인 삶을 살게 한다. 주어진 역할을 하고, 그 역할에 빠져 자신을 잃는 사람들은 허탈하다. 생각은 많으나 표현하지 못하면서 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러면서 일상이 깨지고, 자기 생각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어느 순간 열심히 일했던 보람보다는 상처에 초라해진 자신과 만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면서 점점 무력감에 빠지고, 몸과 마음은 힘들다.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마음,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만약 개인의 성격적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안정된 구조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열악해질 수밖에 없었던 노동 현장이 마음을 더 힘들게 한다. 때로는 개인적으로 견뎌야 할 일을 외부 요인으로 투사하기도 한다. 투사된 마음이 자기 것인 것을 알 때 통찰이 가능하다. 그렇게 마음은 연결되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자신과 연결, 사회적 연결 우리는 두 연결고리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연결감을 잃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마음 스트레칭!
잘 하지 않던 운동을 시작하려면 몸이 긴장되지 않도록 스트레칭을 먼저 한다. 마음도 쓰지 않으면 경직된다. 마음도 스트레칭으로 풀어주고, 근육을 만들어 줘야 한다. 자신이 알지 못했던 마음이 화살이 되어 타인에게 날아가지 않도록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소화되지 않았던 마음, 마음에 담아두었다는 것도 모른 채 지내다 무심코 내뱉어지는 마음. 그 마음들을 마음 스트레칭으로 풀어내야 한다. 그리고 마음 근육을 키워야 한다. 마음 건강검진은 묵은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봐 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묵은 마음이나 뒤엉켜 있는 마음은 가만히 들여다보고 알아주면 가벼워진다. 때로는 알아봐 준 마음을 적절히 표현하기도 한다. 묵히면서 손실된 마음 근육을 키워주기 위해 자기표현이나 자기주장은 보호막이 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겠지’라고 하면, 그 마음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연결은 먼저 손을 내밀거나 말하는 순간 이루어진다. 자신에게 말을 걸고, 타인에게도 말을 거는 순간 우리는 연결된다. 마음 스트레칭을 통해 굳어 있는 마음을 움직여 보자. 손실된 마음 근육을 키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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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기사원문: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 글: 통통톡 하효열 운영위원장 

지난해 말 사회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에서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투쟁할 수단조차 없는 노동자들 보다 낫다는 보고서를 냈다. 투쟁은 대부분 노동조합을 통해 이루어졌고, 그 노동조합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었다. 연구 논문이 아닌 보고서인지라 왜 그런지까지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그 이유를 추측해 볼 수는 있다.

노동자들이 제일 힘들어했던 것은 현장의 실질적 상황 그 자체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견디기만 했던 시절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하루에 얼마나 일하고, 어떤 일정으로 패턴이 돌아가고, 그에 따라 월급을 얼마나 받는지는 일을 시작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일이 많아질 때 따라오는 육체적인 피로나 월급이 적은 것에서 오는 불만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통으로 다가오진 않았다고 했다. 그게 정말 힘들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 있었고, 현실을 견디며 더 나은 일자리에 필요한 능력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진짜 힘들게 하는 고통은 다른 곳에서 왔다. 현실을 바꿀 수 없다 것을 스스로 인정할 때와 그 밑에는 놓여있는 관계라는 괴물이 힘을 쓰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일을 하다 상처가 났는데 한참 지나서 알아차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생채기 정도의 소소한 것일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피딱지가 앉은 제법 큰 상처일 때가 있고, 발견되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을 피할 방법은 없다. 이런 현상은 고통을 느끼는 뇌의 작동방식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우리에게 고통을 선사하는 뇌 부위는 배측전방대상피질(dACC)과 전방섬엽(anterior insula: AI)이란 곳이다. 최종적으로 이 부위에서 고통으로 판정을 하기 위해서는 뇌의 다른 부위에서 촉각, 시각, 관계 등에 대한 정보가 들어와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이 물건을 옮기다 넘어지면서 나는 팔이 살짝 긁혔지만 동료는 팔이 부러졌다고 해보자. 그 순간 내가 내 상처를 바로 알아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내 상처와 관련된 촉각 정보는 분명히 내 뇌로 들어갔겠지만 시각 정보는 동료의 부러진 팔에 집중되어 있고, 관계를 관장하는 뇌 부위는 동료를 걱정하느라 여념이 없다. 촉각 정보가 무시되고 있고 그 순간은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동료를 병원으로 보내고 나서, 뭔가 이상해서 몸을 살피다 상처를 발견하고 나서야 고통이 시작된다. 촉각이 시각과 통합이 되면서 고통으로 결론이 바뀐 것이다.

뇌는 관계의 파탄도 육체적인 손상과 같은 과정을 거쳐 고통으로 해석한다고 뇌과학자들은 말한다. 인간관계가 파탄났을 때도 팔이 부러지는 상처가 났을 때처럼 위에서 말한 뇌 부위에서 정보들을 종합하여 최종적으로 고통으로 해석할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인간관계에서의 갈등과 좌절로 인해 가슴이 찢어지고 심장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이것이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먹으면 이별의 고통이나 왕따로 인한 괴로움이 한층 완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통은 같은 곳에서 처리되기 때문이다. 다만 관계가 고통의 원인이 될 때는 실제 관계와 사실에 대한 해석이 육체적 고통에서 촉각이나 시각이 하는 역할을 한다. 휴게실이 생겼다는 사실은 동일하지만 휴게실을 만들어진 이유에 대한 해석은 다르면 감사하는 사람과 실망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통통톡의 보고서에서 주목한 콜센터 노동자들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콜센터 노동자들은 일을 통해 맺게 되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한번, 직장 내부에서 겪게 되는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에서 다시 한번 좌절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 고객을 응대하고 있을 때는 이미 관계에 속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응대가 끝나고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었는지 자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러면 뒤늦게 자신의 상처를 알아차린 사람처럼 고통이 폭풍처럼 밀려올 때가 있다고 한다. 실적에 목을 매는 직장 상사와 연결되는 관계에서는 자신이 선택한 회사에서 상담사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최종적으로 확인이 되며 상처가 더 깊어진다고 한다. 이중의 고통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 쉬지도 못하는 워킹맘은 육아의 죄책감까지 감당해야 한다.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노동조합은 노사관계에서 오는 사실과 해석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고통은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환경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가 없는가에서 고통의 정도가 결정된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항상 가능성이 큰 쪽에 노동자들이 서 있을 수 있게 해준다. 부분적인 후퇴는 있을 수 있지만 선택이 있는 삶은 늘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를 남기기에 결코 고통의 기억으로 후퇴하지 않게 한다. 사실을 바꿀 수 있도록 선택의 여지를 주고 그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이 왜곡되는 것을 막하준다. 힘들지만 견딜 수 있게 되고 고통스럽지만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해준다.

쓰고 보니 뻔한 이야기를 했다 싶다. 그래도 남기고 싶었다.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고 다만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을 뿐이라고 자꾸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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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기사원문: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 글: 통통톡 장경희 정책팀장


마음돌봄 프로그램할 때마다 참여자인 노동자들에게 “일”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한다. 얼마 전 만난 한 사업장의 노동자에게 ‘일하는 동안 언제가 행복한가?’ 물었다. “직장에 돈 벌러 오는 거지 행복 하려고 오는 게 아니잖아요!”, 맞다. 우리 사회에서 일은 노동자에게 생계비를 벌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단이다. 하기 싫어도, 내가 원하는 게 아니어도, 심지어 폭력에 가까운 대접을 받아도 참고 일한다. 그래서 직장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아닐 수 있다. 직장인 우울증이라는 말도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질서와 규율, 위계가 있는 ‘직장’을 걷어낸 뒤 “일” 자체를 본다면 어떨까? 망치질로 굽은 것을 펴고, 모양을 만들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것, 서로 다른 공정에서 하나하나 조립하며 만들어지는 자동차, 침대에 누워 투병하는 누군가의 기저귀를 가는 일 등 그 어느 일 하나 헛된 것이 없다.

며칠 전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을 모시고 진행한 4주 동안의 마음 돌봄 프로그램을 마쳤다. 서로 알았던 분들도 계셨지만 대부분은 처음 만나는 분들이다. 모이자마자 선생님들의 대화로 강의실이 들썩인다. 묻고 싶은 것도 많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넘쳐난다.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며, 고되디고된 ‘요양보호사(장기요양요원)’라는 일이 이분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진다.

간단한 그림으로 현재의 스트레스 수준을 알 수 있는 ‘빗속의 사람’ 그림을 그렸다.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용해 왔는데, 하는 일에 따라, 직업마다, 그 조직의 문화에 따라 조금씩 특징들이 나타나곤 한다.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아주 간단한 그림임에도 정성을 들여 그려나갔다.


그림  요양보호사 마음돌봄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그린 “빗속의 사람” 그림 

그림 요양보호사 마음돌봄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그린 “빗속의 사람” 그림

그림이 밝다. 주인공들은 삶이 그럭저럭 괜찮다고 말한다. 일하는 동안의 스트레스나 어려움도 자신의 내면을 침범하지는 않는다며 당당히 맞선다. “그래서 좋은 것 만 있으세요?”라고 묻는다. 하나같이 “그럴 리가 있나?” 하신다.

여성으로 남성 수급자를 돌보는 일의 어려움,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를 강제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여기저기 이동해야 하는데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 교통비, 지급되지 않거나 지급기준을 알 수도 없는 근속장려금과 처우 개선비, 듣도 보도 못한 욕을 듣는 일, 가정부 취급하는 보호자들, 요양원의 다른 전문직들이 부르는 ‘아줌마’라는 호칭, 뼈마디가 쑤시고 아파도 어디에서도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사례가 터져 나온다.

한 분 한 분이 겪은 일들을 이야기할 때마다 다른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한숨을 쉬기도 하고, ‘아휴~힘들었겠어’라며 그 상황으로 함께 들어간다. 최근에 힘든 일을 겪으신 한 참가자 분이 고개를 숙인 채 프로그램 참여를 잘 못하자, 옆의 참가자분이 어깨를 다독이며 ‘지금 안해도 돼요. 그냥 같이 있다 가요.’라며 위로한다. 선입견일 수도 있으나 이분들이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가, 그 일이 의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느껴진다. 사람들을 돌보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따뜻하게 위로하는 값진 일이 값진 일임을 온몸으로 알고 계신다.


[그림 ] 요양보호사 마음돌봄 프로그램 참가자의 “6조각 꿈 이야기” 그림[그림 ] 요양보호사 마음돌봄 프로그램 참가자의 “6조각 꿈 이야기” 그림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선생님들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분이 ‘나는 이후에 25평 실버 아파트에 살며, 산과 바다로 여행가는 게 꿈이야. 나는 혼자라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책 읽고 공부하는 게 내 마음에 도움이 돼. 내 꿈에 방해되는 게 있다면 침침 해지는 눈과 삐걱거리는 다리지. 병원에서 그때그때 치료받아야 꿈에 가까워지겠지. 그리고 내 이야기의 결론은 홀로서는 존경스런 할매가 되는 거야’라고 이야기 해주신다.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이 일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 하신다.

일 자체가 행복의 한 과정이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좋은 일이다. 보람도 있고 자부심도 만들며, 스트레스도 적을 수 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과 함께하며 일이 고돼서 생기는 고통보다 그 일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 여성 노동에 대한 시선과 태도, 조직의 불합리한 처사와 대우로 인한 고통이 더 크다고 느껴진다. 노동자의 일이 행복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치부되는 건, 그래서 행복을 추구할 뿐 현재 이 순간 행복을 누릴 수 없는 건, 일의 의미를 축소시키려는 외부의 의도에 있다.

프로그램을 마치며, 이렇게 인사드렸다. “선생님들, 저희는 노동자 마음건강을 돌보는 일을 합니다. 그렇지만 선생님들은 수급자 분들의 몸, 마음, 일상, 그리고 영면에 이르는 그 순간까지 돌보시는 분들입니다. 저희가 하는 일에 비하면, 참으로 많은 애를 쓰시는 분들입니다. 선생님들의 이 가치로운 일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전문가로서의 대우를 받는 날이 곧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행복이 아니라 매 순간순간이 행복의 과정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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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기사원문: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 글: 통통톡 박우옥 프로그램운영팀장 


나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내 몸의 신호를 존중하고 무슨 말을 하 고 싶은가를 귀 기울인다면 어떨까? “몸마음 봄” 치유활동가 양성과정을 다시봄심리치유센터 에서 진행 중이다.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치유가 일어나는 원리를 보다 깊이 이해하면서 자기돌봄을 체험하기 위해 마련한 과정이다. 총 8회 중 1~2회가 몸(오장)의 정서 적 특성과 오장(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에 대한 소매틱 명상이었다.

몸과 마음은 따로인 듯하지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상호 영향을 미친다. 지속적인 스트레 스에 시달리고, 끝도 없는 일로 과로를 지속하고 있거나, 관계의 어려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 을 때 그 주제와 연결된 몸에도 이상 신호가 나타난다. 만성 피로, 편두통, 소화계 질환, 각종 몸의 통증,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쉬기가 어렵기도 하고, 무기력하고 활력이 없어지기도 한다. 생각이 자꾸 맴돌아, 마치 강박증처럼 벗어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아마도 남 이야기로 들리 지 않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오장(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을 건강하게 하면 힘든 마음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간이 건강한 사람은 활동적이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반면, 간이 약한 사람은 활동력 이 떨어져 삶이 힘겹고 팍팍해진다. 떨어진 지구력, 부족한 인내심으로 느닷없이 화를 내는 감정폭발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심장(하트)은 깊은 연결과 관련이 있다. 상대가 나의 가 치를 인정하지 않을까 봐, 나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주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하다 보면 노이로 제에 걸리게 된다. 몸의 활력과 면역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은 비장이 한다. 비장의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들은 자신의 필요나 요구사항을 상대 앞에서 직접 말하지 못하고 돌려서 말하거 나, 맞추어 주려는 경향이 강하다. 깊은 슬픔과 마음의 상처는 폐장과 연결되어 있다. 즐겁지 못하고 답답한 인생을 살 때 온갖 짜증, 압박,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 몸을 강하게 만드는 기관은 신장이다. 신장은 모든 장기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원천, 인체의 발육, 노쇠의 과정은 신장이 조절한다. 허리통증, 노안, 탈모는 신장이 약해지면 나타나는 신체 증상이다. 신장이 건강하면 강한 의지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신장이 약해지면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 하는 힘이 힘들어진다. 그동안 장기들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거의 없었겠지만 방법 또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오장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일정시간 동안 장기를 움직임이게 하고, 장기에 손을 터치하여 마음챙김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를 소매틱 명상이라고 한다. 이 과정은 고착되어 있는 장기들이 진동하면서 열이 발생하여 에너지가 방출되고, 면역계와 부교감신경이 증가하 여 재생과 이완소생술 즉 정화가 일어나게 된다. 즉, 그동안 애썼던 장기들이 이완과 정화를 통해 건강해지면, 마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참여자들은 “마음의 고통은 몸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음과 몸이 이어져 있다는 것은 생소했는데 흥미로웠다. 우리의 몸과 스트레스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다 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내 몸 안의 장기가 보내는 신호가 마음 상태와 연결되어 있다는 내용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간단하게나마 마음이 힘들 때 몸동작을 통해 마음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런 장기 하나하나가 모여, 생명을 이루고 그 생명체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장기의 상태, 특성에 따라서 감정, 기분이 달라지고 삶이 갈라 질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등 생소하지만 자기돌봄 방법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나 또한 오장으로 마음 돌보기를 하기위해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시간날 때마다 마음챙김하며 장기에 터치와 이완을 한다. 일상의 시간표에 몸을 돌보는 시간 과 공간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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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기사원문: 비정규노동
  • 글: 전 통통톡 홍윤경 사무국장/ 현 영등포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홍윤경 센터장

상처 입은 나, 상처 입은 치유자


17년 동안의 노조 간부 기간 동안 장기파업을 세 번 했습니다. 승리의 순간도 좌절의 순간도 많았지만, 가장 가슴 아팠던 건 내 가족보다도 아끼고 사랑했던 동지들이 떠났던 순간입니다. 어느 날 가장 앞장서서 열심히 하던 동지가 보이지 않을 때, 그 상실감은 컸습니다. 그런데 떠나간 원인이 대부분 관계의 어려움과 갈등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더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나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의 권리를 위해, 이 사회를 바꾸어내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관계 때문에 좌절하고, 급기야 활동을 그만두거나 심각한 병을 얻게 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의 마음의 상처가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믿었던 동지가 저의 진정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악의적으로 저를 비난할 때는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장기파업 기간 중에도 항상 밝게 웃었던 저였기에 그런 마음을 외부로 드러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장기파업이 끝났을 때, 저는 해고자 신분이었지만 노조 간부 역할을 1년쯤 더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20년 만에 쉬게 된 1년, 몸도 마음도 너무나 아팠습니다. 다시 용기를 내서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일하게 되면서 노동자 치유·회복·의사소통 프로그램인 ‘노동자 품’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저 스스로가 절실했던 부분이라 더욱 몰입해서 준비하고 열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고민해 왔던 부분에 확신이 생기고 희망이 보였습니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특히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치유 프로그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지금, 투쟁을 더욱 강고하게 지원하는 일은 노동자들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그 일에 더 몰두했고, 저부터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기 위해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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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26일, 통통톡의 역사적인 첫 번째 전체모임(@통통톡)


통통톡이 출범하기까지의 1년


저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 주위에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참 많이 기뻤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을 두드리자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적극적으로 응답해 주셨습니다. 작년 7월에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던 부분을 현실화시킬 수 있겠다는 설레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개인 심리상담 연결망 마련, 투쟁사업장을 찾아가는 상담, 집단 프로그램 운영(현재 단체별로 운영하는 프로그램+@) 및 개발, 상담활동가 양성을 위한 인턴십 과정, 공동 리플릿 제작 등 첫 만남부터 함께할 사업 내용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었고,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출범시키기 위해 전체 활동가대회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활동가대회의 초점은 먼저 치유 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치유의 기운을 느끼고 힘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먼저 치유 받지 않고 누구를 치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데 뜻을 모았던 것이지요. 이 활동가대회를 준비하면서 통통톡(通統talk)이라는 작명도 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의 준비모임을 더 가진 후 작년 11월 26일, 역사적인 통통톡 첫 번째 전체모임이 이루어졌습니다. 그간 각자의 공간에서 치유 활동을 열심히 해오거나 새롭게 치유 활동 영역을 개척하고자 하는 활동가 30여 명이 모여서 서로를 확인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매우 추운 날이었는데도 첫 모임을 마친 활동가들의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치유의 기운을 느끼고 힘을 받고자 하는 목적이 달성된 것입니다.


그 열정들을 모아서 네트워크 출범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지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올해 들어서는 사업 계획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두 번의 내부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최소한의 사업 집행을 위해 재정도 십시일반 모았습니다. 우리의 존재와 사업을 알리기 위한 리플릿도 제작했습니다. 아직 공식 출범을 하지도 않았는데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 의뢰도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통통톡과 함께하는 사람들


쌍용차 해고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모든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와락&와락치유단, 현장 활동가와 상담선생님들이 1년 이상 공부하며 준비한 길목 협동조합 심심, 종교계가 마음 치유 사업에 가장 앞장서야 한다고 뜻을 모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노동사목, 제가 일하고 있는 영등포산업선교회, 심리상담 및 힐링 프로그램 전문 사회적기업으로 이러한 뜻에 동참한 마음의숲, 진작부터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마음 치유사업을 해오고 있던 충남노동인권센터 두리공감, 가장 무궁무진한 활동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민주노총 교육원,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결합한 공공상담소까지 현재 9개 단체와 두 명의 개인활동가가 통통톡(사회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 네트워크)에 함께하고 있고요, 지난 7월 1일에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출범식을 진행했습니다. 의자와 자료집이 모자라는 사태를 빚으며 성황리에 진행된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나 활동가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어려움을 돌보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며, 지금이 바로 이를 위해 힘을 모으고 실천할 때다”고 얘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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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 출범식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통통톡)


사회활동가와 노동자들의 마음이 건강한 사회


통통톡은 열린 네트워크입니다. 따라서 어떤 단체든지 사회활동가와 노동자들의 마음에 집중하며 건강을 돌보기 원하는 단체는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회활동가와 노동자라면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심리상담을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통통톡은 앞으로 이런 일들을 하고자 합니다. 먼저 개인 심리상담입니다. 전문 심리상담 선생님과 1대 1로 이루어지고 주 1회 50분씩, 15~20회기 진행됩니다. 원할 경우 부부상담이나 가족상담도 가능합니다. 해고자나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및 가족은 무료이며 그 외에는 소정의 비용이 들어갈 수 있으며 개별면접 후 결정됩니다.그리고 집단 프로그램은 상호역동과 관계 속에서 나와 옆 사람을 더욱 깊이 성찰할 수 있으며 의사소통, 갈등 관리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각 단체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던 프로그램들은 그 특징과 장점들을 잘 살려서 지속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고 도울 생각입니다. 성격검사, 우울검사 등 심리검사와 해석상담을 합니다. 통통톡의 가장 큰 특징은 찾아가는 치유 활동을 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투쟁사업장이나 거리농성장 등을 방문하고 상황에 따라 맞춤형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비정규노동 기사읽기

관리자
  • 기사 원문: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 글: 통통톡 김경선 상담팀장

A의 불안, 이어지는 가난으로 고립된 삶
최근 최저임금 관련 뉴스를 보면서 생각났던 A. 그는 취업이 쉽지 않았던 시기 아르바이트하며 취준생 생활을 힘겹게 보냈다. 계약직이지만 취직하고 좋아하던 그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밤마다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취업 1년 차 A가 들어간 직장은 1년마다 계약하는 비정규직이었다. 업무강도는 정규직과 다르지 않지만, 월급 차이는 컸다. 어느 날,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며 사진을 보여준 A. 매일 다르게 반찬을 만들며 재미있다고 한다. 하지만 도시락을 싸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면서 목소리는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하던 때와 다르지 않은 경제적 어려움. A는 자신의 경제적 현실이 비참하다고 하며 울먹였다. 도시락을 싸기 시작한 이유는 점심값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고, 조금씩이라도 부모님께 생활비를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만 원이 넘는 점심은 사치였다.

졸업하고 취업도 했으니 친구들을 만나 어울리고 싶었지만 한번 만나면 너무 많은 돈을 써야 했다.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를 피하게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점점 위축되고 의기소침해졌다. 자신만 외딴섬에 갇힌 못난이처럼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름 취직하면 연애도 하고, 멋진 취미 생활도 하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많은 것을 바란 것도 아닌데, 그저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길 꿈꿨던 그. 자신의 비루한 삶에 관해 이야기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이렇게 늙으며 혼자 외롭게 죽을 것 같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길을 가다 마주친 폐지 줍는 어르신을 보면 그 삶이 자신의 삶일 것 같아 불안해졌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위기가 왔다. 가슴에 통증이 생기고,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에 공포감은 커졌다.

A의 고통을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경제적 압박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힘들었던 마음을 사회구조, 환경적인 맥락에서 살펴보며, 가난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했다. 가난이 개인의 열등함으로 인한 것이 아닌 사회구조적으로 힘겨울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이해하면서 숨을 쉴 수 있게 된 A는 혼자 고민하기보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A뿐 아니라 돈이 없어서 아플 수도 없다고 하는 사람들, 돈이 없어 연애를 포기하고,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사람들. 점점 고립된 삶을 살게 되면서 심리적 불안, 우울은 깊어 간다. 개인의 어려움이 그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사회문제가 개인에게 영향을 미쳐 또다시 가족해체 등 사회적 문제로 확장된다. 그렇게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악순환의 고리를 이해하고 벗어나는 힘을 키워야 한다. 당당하게 자신이 일한 만큼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이어져야 한다.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고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건강이라고 한다. 건강한 삶, 일과 사랑이 균형을 이루는 삶. 이런 삶을 꿈꾸는 일상이 헛되지 않으려면 사회가 건강해야 한다. 힘들지만 버터야 하는 직장. 억울한 일을 당해도 외벌이로는 가족들 생계를 이어갈 수 없어 참아야 하는 아픔. 아파도 참고 나가서 성과급을 위해 만근해야 하는 현실. 노동을 통해 자기 삶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개인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 고달프기만 하다고,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 삶을 살아가게 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김승섭은 그의 책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 어느 사회에서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 상태의 차이가 관찰되는데 고소득 집단이 저소득 집단에 비해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고 있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삶을 이어갈 목숨값. 낮은 임금이 자신의 못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책정되어야 한다. 월급은 단순한 노동의 대가를 넘어 한 사람이, 한 가정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원동력이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외치는 목소리에 맞춰 임금도 당연히 올라야 한다. 임금차별로 누구나 평등하게 행복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으려 하지 말자!


노동과세계 기사읽기

관리자
  • 기사 원문: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 글: 통통톡 하효열 운영위원장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질문이 들어왔다.

“내가 보기에는 그 사람이 확실하게 잘못했는데 인정을 안 해요. 그런 사람하고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공감을 합니까?”

이야기하는 질문자의 얼굴에 피곤이 묻어 있다. 마칠 시간에 쫓기고 있던 터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만나며 스트레스 풀어가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라 사람들 관계에서 해결 방법을 찾는 것과는 주제와 형식이 조금 다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지 않고 일반적인 것만 이야기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답을 시작하려는 데 다른 참여자들의 얼굴이 보였다. 다들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허투루 이야기했다가는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그램이 다 무산될 위기였다. 마무리 잘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마음을 가다듬고 시간을 조금 더 써도 되겠는지 물어보았다. 시간이 촉박하니 빨리 끝내달라는 눈치와 함께 답을 잘하라는 압력이 느껴졌다.

조직 활동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을 자주 겪는다. 조직 활동의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을 상대할 때 자주 일어나고 오래 활동한 분들과의 사이에서도 가끔 일어난다. 질문의 내용은 ‘어떻게 공감합니까?’이지만 이 질문은 사실 ‘어떻게 처리합니까?’를 묻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해결이 안 되니 해결을 위해 공감하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공감을 하면 혹시라도 해결이 될까 싶어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게 프로그램 도중에 자신이 공감하는 척하고 있음을 이미 고백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다른 참여자들도 이 질문 속으로 쑥 빨려 들어왔다. ‘휴, 나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

“질문하신 분 지금 마음은 어떠신가요?”

“지금 제 마음이요?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물어볼 데가 있어서 기쁘네요.”

아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자의 마음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답답했던 것에 비하면 질문하면서 느낄 기쁨은 새 발의 피다. 이런 문제는 질문자의 마음에 따라 이 문제는 풀릴 수도 있고 안 풀릴 수도 있다. 상대는 이미 방어막을 치고 있는 상태라서 변화의 여지가 없다. 외부 환경이 갑자기 변하지 않는 한 그 방어막이 무너질 리 없다. 결국 질문자의 태도가 바뀌는 것 이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다행히 질문자는 프로그램이 끝나가는 시점에 그 질문을 하면서 변화를 시작하고 있었다.

우선 질문자의 지금 그런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속으로만 생각하던 것을 진행자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시작이고 이미 반 이상은 성공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해결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게 잘 안 될 때에는 자신을 책망하거나 비난하기 쉽다. 그런 상태에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기회가 와도 못 알아차리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건 이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잘못을 인정 안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 인데 그 분 역시 자신의 실패 경험을 책망하거나 비난하고 있을 것이다. 둘 다 그러고 있으니 문제가 풀릴 턱이 없다. 질문자는 그 와중에 변화를 선택하고 있다.

질문자의 말투가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이게 시작이고 끝이다. 이후의 구체적인 방법은 질문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만 남는다.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문제없다. 어떤 것도 100%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고, 모든 선택은 실패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힘들어지는 이유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폭력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그분도 OO님과 같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줄 수 있겠는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지금 제가 너무 화가 나 있거든요. 그동안 그 사람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어요.”

“그렇군요. 정말 실망이 컸나 보군요. 그럼 조금 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잠시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지금은 다른 조들과 프로그램을 같이 마쳐야 해 더 이야기하기가 어려워 그럽니다.”

전체 프로그램이 끝나고 질문자가 찾아와 다시 만났지만 더 이상 도움이 필요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화가 난 자신이 길이 막고 있는 걸 알아차린 눈치였다. 그걸 인정하기 쑥스러운지 주변의 동료들과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질문자를 뒤로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행사장을 나왔다. 이제 저분은 새로 시작할 것이고 그 과정은 폭력보다는 공감에 가까운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제 반을 넘어섰다.


노동과세계 기사읽기

관리자
  • 기사 원문: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 글: 통통톡 박우옥 프로그램운영팀장


마음콜+ 치유프로그램을 진행은 2년차 연속으로 같은 지역에서 열고 있다. 콜센터노동자들은 일과 후 말하기를 싫어하고 쉬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처음 접하게 되는 1년차는 도구를 중심으로 쉼과 힐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도구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한주만 참석해도 두 시간 동안 깊은 이완과 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고,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2년차에는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한 ‘마음토닥 O기’를 4주간 열어 감정노동과 스트레스 돌보기, 몸-마음 나누기, 회복 체험과 나에게 주는 선물 만들기를 진행한다. 작년도2년 영등포노동자종합복지관에서 ‘마음토닥 1기’를 2년차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성과가 있음을 확인한 후 23년에는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여 적용하고 있다.


성동근로자복지센터는 올해 2년차며 ‘마음토닥 2기’다. 참여인원과 참여도가 1년차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은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만족도도 있지만 성동근로자복지센터에서 콜센터노동자 조직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통통톡은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참여하는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치유프로그램을 여는 지역의 노동자지원센터와 함께하여 이후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그 취지에 따라 올해 서울은 성동구를 시작으로 중구를 계획하고 있고, 수도권에서는 경기지역으로 확대하여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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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기사 원문: 참여와혁신 인터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에 관심을 갖고, 이들의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하도록 힘을 보태는 시민사회단체와 산재·해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 보호 등 노동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대표적이다.

사회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이하 통통톡)은 이런 활동가들의 심리 건강에 주목했다. 직접 만나본 활동가들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고통받는 이들을 치유하고자 나서지만 정작 자기 돌봄을 소홀히 해 심리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는 이유였다. 통통톡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심리치유공간 ‘와락‘을 모태로 한다. 와락 활동 이후 각 지역에서 상담활동을 하던 개인과 단체들은 각자 상담을 하며 생겼던 고민과 심리치유 프로그램 등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이를 연결해 주는 통통톡이 출범한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다시봄 심리치유센터를 운영하는 박우옥 통통톡 프로그램 운영팀장, 서울시 종로구에서 하제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는 김경선 통통톡 상담팀장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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